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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문가 기고] 동양고전으로 풀어보는 CMMI➊ 文質彬彬(문질빈빈-논어)
작성자 김건우 기자  등록일 2014-12-26  조회수 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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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늬와 바탕이 조화를 이루어야 빛난다

    - CMMI를 조직에 적용하는 방향. 프로세스는 조직의 특성과 형편에 맞게 적절히 구축되어야 한다

     

    “文質彬彬(문질빈빈)” 논어의 옹야편에 나오는 것으로 ‘무늬와 바탕이 조화를 이루어야 빛난다.’ 는 뜻으로 바탕이 겉치레보다 강조되면 거칠고 겉치레가 바탕보다 강조되면 사치스럽다는 의미이다.

    이 내용을 곱씹어 보면 우리가 프로세스 개선을 왜 필요로 하고 개선 활동이 어떠한 기준으로 수행되어야 하는지 좌표가 될 수 있다. 현장의 프로젝트관리자들과 개발자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 산출물 작성이나 보고 등 형식적인 부분보다는 실제 업무 수행과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업무의 효율적인 추진, 빠른 의사결정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생각이다.

     

            ▲필 자 : 티큐엠에스 박정훈 연구소장/이사

     

    많은 개발자들은 정형화된 문서 양식에 따라 산출물을 작성하는 것이 프로젝트와는 상관없는 업무로 취급하고 산출물은 프로젝트 마지막에 감리나 검수를 위해 작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공자께서 말씀하신 바탕과 무늬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바탕은 사람이 가진 의도 또는 목적이고 무늬는 바탕을 표현하는 형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늬가 없고 바탕만 있다면 거칠다.” 부모와 자녀의 예를 생각해보면 부모는 아이를 끝없이 사랑한다. 하지만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아이가 버릇없어 질 것 같아서, 나약해 질 것 같아서 등등. 아이에게 부모는 항상 멀고 무서운 존재가 된다. 세상을 살아가고 관계를 발전시켜나감에 있어서 적절한 표현은 윤활유이다. 프로젝트 수행에 있어서 고객과 의사소통을 하고, 프로젝트 진척사항, 위험 및 이슈 사항을 보고할 때 적절한 형식이 없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관계의 단절이 올 수도 있다.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매뉴얼과 산출물이 없다면 시스템의 유지보수나 지식 축적은 기대할 수 없다. 한편으로 공자는 형식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형식의 강조를 경계하고 있다. “겉치레가 강조되면 사치스럽다”.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기반의 프로세스를 적용하다 보면 프로젝트팀이나 현업에서는 형식적인 프로세스와 너무 많은 산출물 작성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한다. 많은 조직에서는 CMMI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CMMI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상적인 프로세스 구축과 산출물을 정의한다.

     

    이런 경우 CMMI 인증이 끝나고 나면 다음 재인증까지 프로세스는 조직의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형식적인 프로세스 이행으로 인해 조직원들의 업무 수행에 제약을 주는 경우가 많다. 좋은 의도가 가시밭길을 만든다. 바탕은 고려하지 않고 무늬만 갖춘 프로세스는 사치스러운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프로세스 개선활동은 조화와 중용이 중요하다. 바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무늬를 갖추고자 하는 의도가 프로세스 개선 활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에 대한 조화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자는 다양한 예시를 통하여 조화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 선정 인문고전 50선”의 논어에 수록된 예시를 보면 공자의 시대에는 매월 초하루에 희생양을 잡아 사당에 아뢰고 그 달의 달력을 갖다 쓰는 곡삭례라는 의식을 행했는데 공자의 제자 자공은 곡삭례의 희생양이 아깝다하여 폐지를 주장하였으나 공자는 “자공아! 넌 양이 그리 아까우냐? 나는 이미 쓸모 없어도 오랜 전통을 가진 그 예가 아깝구나.”라고 하였다. 한편으로 삼베로 만든 관을 쓰는 것이 본래의 예이긴 하지만 명주로 만든 관이 검소하다 하여 이를 따르는 것이 옳다고 하였다.

     

    공자의 태도가 다소 이중적인 것 같지만 공자의 본질적인 생각은 일관된다. 예의 정신이 변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와 같은 공자의 사상을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접목하여 본다면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본질에 대한 이해이다.

     

    CMMI 프로세스 영역에서 추구하는 본질과 목적이 무엇인지 이해하여야 한다. 프로젝트 계획(Project Plan) 영역의 예를 들면 CMMI에서 프로젝트 계획의 목적은 “프로젝트에서 수행돼야 하는 활동을 정의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활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프로젝트 계획의 본질은 “활동의 정의, 해야 할 일의 정의”이다.

     

    순간순간 주어지는 이슈의 대응이 아닌 앞일을 예측하고 정의하여 일을 추진하는 것이 계획을 수립하는 활동이다. 등산을 할 때 정상에 오르기 위해 무작정 걷는 것 보다는 야영을 할 장소, 쉬었다 갈 장소, 등산을 하는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미리 예상하고 계획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등산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프로젝트 현장에서 프로젝트 수행계획서는 고객에게 제출하여야 할 산출물 용도 외에는 활용가치가 없고, 한번 작성된 수행계획서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계획의 중요성은 많은 사람이 주장하고 프로젝트팀도 느끼고 있지만 왜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계획”이란 용어의 몰이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계획”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할 일의 절차, 방법, 규모 따위를 미리 헤아려 작정함’. ‘미리 헤아려 작정함’에는 계획의 불확실성이 내포되어 있다. 미래를 예측하여 활동을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은 처음부터 완전할 수 없다.

     

    계획은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상황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우리나라의 프로젝트 현실에서는 프로젝트 계획이 수정되면 프로젝트의 실패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프로젝트 계획이 많이 수정됨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는 프로젝트 수행계획서를 단순한 문서로만 존재하게 만든다. 또한 수직적인 프로젝트 관리체계에서는 개발자가 계획에 어떠한 의견도 제시할 수 없기에 계획에 대한 개발자의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행계획서의 형식 또한 문제일 수 있다. 수행계획서의 분량은 Word 문서로 약 30 Page 이상이 작성된다. 프로젝트 규모가 큰 경우에는 더 많은 양의 분량을 작성하여야만 한다. 수행계획서에 포함된 모든 내용이 프로젝트에 필수적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프로젝트 관리자가 관리하는 내용은 프로젝트 일정과 진척도 정도이다. 규모가 큰 SI 프로젝트 경우에는 비용도 포함이 된다.

     

    하지만 프로젝트 계획에는 일정과 비용을 포함하여 위험관리, 형상관리, 자원관리, 교육관리, 의사소통, 품질보증, 테스트, 프로젝트 조직의 책임과 역할 등 다양한 계획이 포함된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관리의 범위와 프로젝트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전혀 다른 형태의 계획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품질점검을 하다 보면 수행계획서에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이론적인 내용과 프로젝트와 관련도 없는 절차가 삽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각각 계획의 무지에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고객에게 제출되는 문서이기 때문에 형식을 따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사치스러운 프로젝트 수행계획서”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프로젝트팀이나 한 회사가 단독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발주자와 수주자가 공동의 문제인식을 가지고 합의를 해 나가야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의 사회적 현실은 변화를 주기에 쉽지가 않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각 종 산출물을 효율적으로 개정하여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 기존의 것을 바꾸기 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안전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도 효율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전한 기존의 방법을 따르는 것이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더 좋을 수 있다.

     

    누가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조직은 끊임 없이 절차와 프로세스의 형식적인 면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중복적이고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조직의 비전과 목표에 따라 지속적인 내재화 활동을 통한 개선이 공자가 이야기 했던 “文質彬彬(문질빈빈)”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 까 생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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